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골을 터뜨린 벨기에 대표님. 붉은색 유니폼을 애용하는 탓에 한국 대표팀과 같은 ‘붉은 악마’란 별명으로 불린다. AP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한 벨기에 축구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대형 경품’을 선물했다.
벨기에의 가전 판매점인 크레펠은 이번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흥미로운 판촉 행사를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날카로운 공격력 덕분에 ‘황금 세대’라 불리는 자국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16골 이상을 넣는다면, 6월16일까지 55인치 이상의 대형 텔레비전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구입 대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렇지만 대회 16골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였다. 월드컵에서 4강 이상에 간 팀은 예선 3경기와 이후 토너먼트, 결승전 또는 3·4위전을 치르면 모두 7경기를 치르게 된다. 벨기에 대표팀이 4강에 오를지도 불분명한데다가, 4강에 오른다 해도 16골 이상을 넣으려면 모든 경기에서 2골+α 이상을 터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벨기에 대표팀이 해냈다.
경품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벨기에 가전업체 크레펠의 트위터
벨기에 대표팀은 6월19일 예선 지(G) 조 1차전에서 파나마에게 3-0 승리를 거둔 뒤 23일 튀지니전에선 무려 5골을 몰아 넣으며 5-2로 승리다. 이어, 29일 잉글랜드전에선 1-0 승리를 따냈다. 예선에서만 무려 9골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7월3일 16강 전에서 일본에 3-2 승리, 7일 8강에서 브라질에 2-1승리를 한 뒤 11일 4강에서 프랑스에 0-1로 패했다. 4강전까지 14골을 넣은 것. 이후 14일 치러진 3·4위전에서 잉글랜드에 2-0으로 승리해 불가능해 보였던 월드컵 16점 득점을 해내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벨기에팀 주장 토르강 아자르는 벨기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크레펠에게 미안하다”고 농담을 했다.
그러나 아자르가 크레펠에게 미안할 필요는 없다. 크레펠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트위터에 “해냈다. 우리 악마(빨간색 유니폼을 애용하는 벨기에 대표팀 역시 붉은 악마라 불린다)들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15골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가 텔레비전을 구입한 수천명에게 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외쳤다. 이유는 보험 때문이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크레펠은 벨기에 대표팀이 16골을 터뜨릴 것에 대비해 영국 보험회사의 보험에 가입했다. 모두가 행복한 월드컵 경품 대잔치의 결말이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