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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재협상·노딜·제2 국민투표…어디로 튈지 모를 브렉시트 ‘폭탄’

등록 2019-01-16 21:25수정 2019-01-16 21:45

브렉시트 발효 3월29일까지 새 합의 도출 난망
브렉시트 날·협상 기간 연장 가능성…“7월까지”
협상 타결 못하면 노딜 현실화로 큰 혼란 불가피
노동당 등 제2국민투표 밀지만 당장 가능성 낮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주도한 브렉시트 협상안이 의회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면서, 영국은 중층적인 미로에 봉착했다.

첫째는 브렉시트의 향로다. 크게 보면 새 협상안을 만들거나, 영국이 무작정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있다. 둘째, 메이 정부의 운명 등 영국 내부의 사정이다. 메이 총리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리고 살아남은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이냐라는 것이다.

브렉시트는 어디로? 일단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재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영국 하원은 협상안이 부결되면 3일 안에 새 협상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메이 총리도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으면 다음주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력한 시나리오들 중 첫째는 유럽연합과 시한을 연장하고 재협상하는 것이다. 예정된 브렉시트 날짜인 3월29일까지 타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도 회원국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제50조를 해석하면 가능하다며 일단 7월까지 시한을 연장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영국 정부도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 문제로 요구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영국 내부에서 반대해 협상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유럽연합도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해왔다.

‘노르웨이 모델’도 플랜B로 거론된다.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하지만 노르웨이·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들처럼 유럽연합 쪽과 자유무역을 하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반대하지만 노동당 등 야당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노 딜’이다. 유럽연합과 아무런 새로운 관계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북아일랜드 국경만 지금처럼 개방하는 것보다는 ‘노 딜’이 낫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영국은 유럽연합과의 수출입에 관세 장벽을 치고 국경 통제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영국은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지 못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 상품 통관이 몇달씩 지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자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파운드화는 20% 이상 폭락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셋째, 제2의 국민투표다. 노동당 의원들 다수와 보수당 쪽 일부가 선호한다. 지지 여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부정적이다. 까다로운 절차도 거쳐야 해 당장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다.

영국 정부는 어디로? 브렉시트의 향로는 메이 정부의 운명 등 영국 정치권이라는 변수에 좌우된다. 메이 총리는 당분간 불신임 시도를 이겨낼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 강경파도 메이 정부의 존속을 지지하고, 연립정부 파트너인 민주연합당도 그렇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노동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이 총리의 권좌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보수당 내에서 자진 사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위기가 심화되면 메이 총리가 스스로 조기 총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한 장악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다. 하지만 큰 도박이어서, 브렉시트 협상 추이와 정치권 동태를 살피면서 그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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