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차기 총리를 자동 승계하는 집권 보수당의 당 대표 선거 결선에 나선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왼쪽)이 지난 6일 영국 연방의 4대 홈네이션스 중 하나인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 인근 배리섬에서 선거 유세 도중 영국연방 국기와 웨일즈 국기가 꽂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카디프/AP 연합뉴스
전체 유권자의 단 0.3%가 한 나라의 지도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근대 의회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의 차기 총리 선출 절차가 보여주는 대의제의 역설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집권 보수당 대표직 사임에 따른 차기 당 대표 선거가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과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보수당 평당원 16만명의 우편 투표가 마감된 다음날인 오는 23일 차기 영국 총리가 선출될 예정이다.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차기 당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한다. 민의를 묻는 총선을 치르지 않고 총리가 선출되는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합법적이다. <더타임스>의 최신 여론조사에선,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존스가 지지율 74%로 경쟁자 헌트를 압도했다.
영국의 차기 총리를 자동 승계하는 집권 보수당의 당 대표 선거 결선에 나선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가운데 검정색 양복)이 지난 6일 영국 연방의 4대 홈네이션 중 하나인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에서 선거 유세 도중 지지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디프/AP 연합뉴스
문제는 당원 유권자의 대표성이다. <뉴욕 타임스>는 6일 투표권을 가진 보수당 당원은 약 16만명으로, 영국 전체 등록 유권자의 0.3%에 불과하며 대다수가 나이든 백인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대체로 경제력이 넉넉한 중산층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당원의 40%가 65세 이상의 기성 세대다. 인구 6700만명에 이르는 영국의 차기 지도자의 선출 방식에 새삼 논란이 이는 이유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팀 베일 교수(정치학)는 6일 <시엔엔>(CNN) 방송에 “보수당원의 97%는 영국 혈통의 백인으로, 영국 인구의 15%가 인종적 소수자인 것과도 대조된다”고 짚었다.
이들의 정치관은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이념 분포와도 비례하지 않는다. 베일 교수는 “그(당원)들은 상당히 전통주의자다. 이민, 사법, 교육 문제 등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면 매우 우파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당원 10명 중 4명이 무슬림 이민의 감축을 원하며, 절반 이상이 사형제 부활을 지지한다.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집단이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다양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뉴욕 타임스>도 6일 “영국 보수당원 수는 1950년대 이래 줄곧 감소해 정치적으로 적극적이며 갈수록 우파 지지자들만 소수의 핵심세력으로 남고 있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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