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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 기자들, 총리실 언론 통제에 ‘브리핑 보이콧’ 응수

등록 2020-02-04 16:09수정 2020-02-04 23:18

공보관, 일부 매체에 “브리핑룸에서 나가라”
다른 기자들도 ‘집단퇴장’ 맞서 브리핑 무산
존슨 정부, 장관들의 언론 접촉 감시망까지
야당 “언론 피하려 트럼프식 전술 도입” 비판
지난달 31일 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발표되기 직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의 정문에 불이 켜져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발표되기 직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의 정문에 불이 켜져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공식 정책 브리핑에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려다 이에 반발한 정치 담당 기자들의 집단 보이콧을 당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집권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트럼프식 언론 회피 전술’을 쓴다고 비판했다.

3일 총리 관저에서 예정된 브리핑에 앞서 존슨 총리의 공보 수석보좌관인 리 케인이 특정 매체 소속 기자들을 쫓아내려 하자 나머지 기자들도 브리핑 거부를 결의하고 함께 퇴장해버렸다고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해프닝은 총리실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발효 이후 유럽연합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미러><더아이><허핑턴포스트><폴리틱스홈><인디펜던트> 등 일부 매체의 브리핑 참석을 금지한 데서 비롯했다.

케인 보좌관이 ‘초대하지 않은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자, 공영방송 <비비시>(BBC)와 권위지 <가디언>을 비롯해 <스카이뉴스><데일리메일><텔레그래프><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 기자들도 총리실 브리핑에 대한 취재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브리핑은 정치적 중립 성향의 정부 관리들이 할 예정이었으나 언론의 취재 보이콧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영국 총리실이 정부의 정책 브리핑에서 특정 언론사들만 선별한 전술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적 언론사를 배제해온 행태를 연상시킬 뿐 아니라, 최근 몇 주 새 존슨 정부와 언론의 긴장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해온 주류 언론을 줄곧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하고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는 ‘극우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는 <폭스 뉴스>에 대해서도 자신에 우호적일 때엔 “진짜 누스”라고 추켜세우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시엔엔(CNN)보다 더 나쁘다”며 맹공하기도 했다.

3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그리니치의 올드네이벌칼리지에서 유럽연합과의 무역협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그리니치의 올드네이벌칼리지에서 유럽연합과의 무역협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존슨 총리의 언론팀도 이미 <비비시> 라디오 4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장관들의 출연을 금지하고, <아이티브이>(ITV)의 ‘굿 모닝 브리튼’의 취재도 거부하고 있다. 내각 장관들이 정치부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 것도 금지했다. 존슨 총리의 측근인 도미니크 커밍스 수석보좌관은 언론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특별 보좌관을 찾아내기 위한 ‘스파이 네트워크’도 만들었다고 <가디언>은 폭로했다. 정부와 언론의 만남을 입맛대로 선별하거나 적극 통제하는 모양새다.

노동당은 논평에서 “정부 공보팀의 움직임은 존슨 총리가 언론의 엄밀한 감시를 피하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입한 전술에 기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트레이시 브래빈 디지털·문화·미디어 장관은 “언론의 자유는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며, “기자들이 정부의 설명과 책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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