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강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곤봉 등을 들고 시위대를 해산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취임을 강행하자 미국 정부가 그를 벨라루스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발표된 대선 결과는 기만적이고 합법성을 지니지 못 했다”며 “미국은 루카셴코를 합법적으로 선출된 벨라루스의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아울러 “향후 독자적인 감시 하에 벨라루스 국민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민적 대화가 있어야 한다”며 “부당한 구금자를 석방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시민에 대한 탄압을 끝내는 것이 진정한 국민적 대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 시내 독립궁전에서 헌법 법전에 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국무부 대변인의 입장 발표에 앞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1일 유럽연합과 함께 벨라루스 인사들에 대한 제재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루카셴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지난달 초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이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식은 이날 아침까지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등 사전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취임 강행 소식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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