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게토’로 지정한 코펜하겐 내 지역의 공동주택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가 10년 안에 ‘한 지역에서 비서구권 주민이 3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레 뒤브바드 베크 덴마크 내무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한 지역에 너무 많은 “비서구권 주민”이 거주하는 것은 “종교적이고 문화적인 ‘평행 사회’의 출현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정책 추진 취지를 설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평행 사회’는 이주자들이 사회 통합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폐쇄적 사회를 구축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는 용어다. 덴마크 정부는 관련 입법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덴마크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그동안 공식적으로 쓰던 ‘게토’라는 단어는 삭제하기로 했다. 게토는 과거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을 일컫는 말이어서 덴마크 내에서도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뒤브바드 장관은 “게토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게토라는 단어 자체는 공식적으로는 없어지지만, 이번 정책은 덴마크 정부가 2018년 발표한 ‘평행 사회 없는 하나의 덴마크. 게토 없는 2030년’ 계획의 연장선이다. 덴마크는 이 계획과 관련 법에 따라 인구 1000명 이상 지역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비서구권 출신인 곳 중 실업률, 교육 수준, 범죄율,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법적으로 ‘게토’로 지정했다. 게토 주민은 1살 이상 자녀를 보육기관에 의무적으로 보내 ‘덴마크적 가치와 덴마크어’를 배우게 했다. 게토 거주자가 특정 범죄행위를 저지르면 처벌도 가중된다. 현재 덴마크 정부가 지정한 게토는 15곳이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취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덴마크 정부는 이달 초 시리아 다마스쿠스와 주변 지역 상황이 더 이상 심각하지 않다며, 시리아 출신 94명의 체류 자격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체류 자격이 박탈된 이들은 수용센터로 보낸다. 덴마크는 합법적으로 체류 자격을 취득했으며 범죄 경력이 없는 시리아 출신 난민에게 이런 조처를 발표한 최초의 유럽 국가다. 제1야당인 중도우파 자유당은 정부가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협의를 해서라도 난민 추방 조치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가 이런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반난민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덴마크는 1960~70년대 경제적인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였지만 이후 덴마크인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온 ‘2015년 유럽 난민 위기’를 계기로 반난민 정서는 더욱 커졌다. 2016년 덴마크 의회는 난민들이 가지고 있던 보석 등을 압수해 난민 거주비와 식비에 충당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평행 사회 없는 하나의 덴마크. 게토 없는 2030년’ 계획은 자유당과 덴마크국민당 등 우파 연립 정권 때 입안됐다. 이 정책은 입안 당시부터 덴마크 내 무슬림 사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유엔인권고등판문관은 “평등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2019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사회민주당 중심 연립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정부 통계를 보면, 인구 580만명 중 11%가 외국에 뿌리를 둔 이들이고 이들 중 58%가 “비서구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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