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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글로벌 공급망 시대…‘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없다

등록 2021-11-11 04:59수정 2021-11-11 07:45

[뉴스분석] 요소수 사태 근본적 해법은?
중국 희토류·일본 수출규제 등
이번 ‘요소수 사태’ 처음 아냐
글로벌 공급망 조정 매우 어렵고
수천개 품목 전부 대응은 불가능

관계국들과 해법 우호적 관계 유지 외
똑 부러진 해법 찾기 쉽지 않아
1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이 업체는 기존 하루 150t가량의 요소수를 생산했으나, 요소 확보에 차질을 빚어 현재 하루 평균 5~10t가량만 만들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1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이 업체는 기존 하루 150t가량의 요소수를 생산했으나, 요소 확보에 차질을 빚어 현재 하루 평균 5~10t가량만 만들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중국이 한국과 이미 계약을 맺은 요소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며, 지난 몇주 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요소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동은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 깊숙이 편입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중대한 사태지만, 관계국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 똑 부러지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이번 사태는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짤막한 공고를 통해 시작됐다. 이 공고에 따라 나흘 뒤인 15일부터 요소 등 29개 물질이 이전엔 없던 수출 검역을 받게 됐다. 이를 사실상의 ‘수출 금지’ 조처로 받아들인 한국에선 요소수 품귀라는 패닉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요소수를 지속 공급해야 하는 배출가스저감장치를 장착한 화물차량이 운행을 멈추면, ‘물류 모세혈관’이 막힌다는 공포가 확산되며 경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석탄·전기 수급 불균형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나비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이와 흡사한 사태가 거듭돼왔다. 2009년까지 전세계 희토류 공급의 97%(일본 전체 수입의 92%)를 차지하던 중국은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 분쟁이 시작되자 수출을 중단하는 보복 조처를 감행했다. 이후 일본은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했다.

2년 전인 2019년 7월엔 일본이 가해자가 됐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명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 등 3개 물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정부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든다는 구호 아래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수출 규제로 3품목뿐 아니라 한국 소부장 전체의 대일 수입이 감소했지만, 2020년에는 다시 증가해 대일 수입의 강한 경로의존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한 100대 소부장 핵심 품목의 올해 1~5월 대일 수입 의존도는 2년 전 31.4%에서 24.9%로 떨어졌지만,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의존도는 여전히 90%가 넘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레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중요 전략 물자의 수입선 다변화는 중요하지만, 특정국에 의존도가 높은 품목(80% 이상 3941개) 모두에 대응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반대로 한 나라가 정치적 이유로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면 심각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를 깨달은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을 때 2010년처럼 희토류 카드를 내비치면서도 실제 사용하진 않았다. 일본도 말만 무성했을 뿐 반도체 공급망에 손을 댄다는 부담 때문에 3개 물질의 대한 수출을 금하진 않았다.

이번 사태의 장기적 해법은 지난 7월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뭐든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인 분업체계와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공급망 유지를 위해 노력하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속히 대응하는 것 외에 해법은 없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누군가 흔들어도 견뎌내는 유연성과 체력을 갖춘 나라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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