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에 제동…헝가리가 반대

폴란드 찬성했으나 헝가리가 반대 고수
미국에 이어…최저 법인세 도입 막막

벨기에 브뤼셀 유럽위원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이 유럽연합(EU)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유럽연합은 17일 글로벌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법제화하려고 했으나, 헝가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할리 바르가 헝가리 재무장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에 대해 “준비가 안됐다”며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반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에 반대하던 폴란드가 찬성으로 돌아서 통과가 유력했으나, 헝가리가 반대 입장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이번 세제는 전쟁 중인 기업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유럽의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글로법 최저 법인세는 세계적 대기업들이 낮은 세율을 찾아서 본사를 옮기는 행태 때문에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악순환적인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0월 137개국의 동의를 얻어서 최저세율을 15%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사실상의 발의국인 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수개월째 논의가 공전 중이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그동안 폴란드와 헝가리가 반대해왔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프랑스의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폴란드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들며 “조만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전히 낙관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의 마이클 기쿠가와 대변인도 “법인세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경쟁을 종식하고, 미국 기업의 무대를 평등화하고, 이익과 일자리를 해외로 이동시키는 유인을 줄이는 한 세대만의 기회이다”며 헝가리가 반대를 곧 접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보였다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은 해결됐으나, 정치적 우려가 교착 상태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코로나19 지원 자금 수령을 놓고 유럽연합과 갈등을 벌여왔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달 초 폴란드에는 자금 지원을 승인했으나, 헝가리에 대해서는 아직 동결 중이다. 헝가리는 유럽연합과의 이런 갈등으로 이번에 최저 법인세 반대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