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1% 상승했다.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이 같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주유소의 12일 기름 가격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1% 상승했다. 미국 물가가 40여년 만의 최대 상승 흐름을 이어감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
미 노동부는 13일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올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앞서 미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8.8% 상승을 예측했지만, 이를 크게 뛰어넘었다. 식량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5.9% 올랐다.
미국의 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감에 따라 폭증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해 가을께부터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 여파로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3월 8.5%를 시작으로 석달 연속 8%를 넘겼다. 6월엔 이 흐름이 다소 진정될 것일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오히려 9%를 넘겼다. 전달인 5월의 상승률은 8.6%였다.
미국 언론들은 6월 소비자 물가가 1981년 11월(9.6%) 이후 40여년 만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며 크게 우려했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이번에도 에너지 가격이었다. 앞서, 전미자동차협회(AAA)는 미국 내 1갤런 당 휘발유의 평균 가격이 지난달 14일 5.06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를 덮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연준은 지난달 15일 40년 만의 물가 상승률(5월 소비자물가지수 8.6% 상승)에 직면해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1회 인상폭을 이렇게 잡은 것은 28년 만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 결정을 내린 직후 기자회견에서 7월에도 이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가혹한 물가상승이 이어지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1.5% 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한 나라 경제가 두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단숨에 레임덕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미국이 국내 정치에 묶여 기능부전 상태에 빠지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엉망이 된 국제 질서를 수습하는데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 상황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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