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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사우디 왕세자 만났는데도…오펙 플러스, 찔끔 증산

등록 2022-08-04 17:47수정 2022-08-05 02:32

9월 하루 10만배럴 증산하지만 미미한 양
소식통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려한 결정”
유엔 사무총장 “에너지 기업 초과 이익 과세해야 ”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본부에 걸려 있는 로고. AP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본부에 걸려 있는 로고. AP 연합뉴스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오펙 플러스’(OPEC+)가 다음달에도 증산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폭은 소규모에 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오펙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했지만, 신통치 않은 결과를 얻은 셈이다.

오펙 플러스는 3일 화상회의를 연 뒤 낸 성명에서 다음달 원유를 하루 10만배럴 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7월과 8월 증산량(하루 64만8천배럴)의 15%에 불과해 세계 원유 수급에는 거의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양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기후·지속가능성 국장인 라드 알카디리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정치적 제스처로 보자면 이 조처는 거의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평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의 평가도 같았다. 이 신문은 오펙 플러스가 “바이든을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한쪽에선 오펙 플러스가 미국뿐 아니라 회원국인 러시아와 관계까지 고려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의 오펙 플러스 소식통은 “(이번 증산 규모는) 미국을 진정시키고 러시아가 언짢게 느낄 만큼 크지는 않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펙 플러스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자 대규모 감산을 했다.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원유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까지 일어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등에 꾸준히 추가 증산을 요청해왔다.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 뒤인 지난달 15일에는 사우디 제다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정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인권을 중시해온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석유 증산을 위해 수모를 무릅쓴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압박에도 산유국들이 증산 폭을 소규모로 가져간 것은 대규모 증산을 할 정치적 동기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드러내듯 오펙 플러스는 3일 낸 성명에서 경기침체 여파로 “생산 여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6%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그 여파로 3월8일 배럴당 123달러까지 올랐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100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을 비판하며, 이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전세계 식량·에너지·금융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위기 대응 그룹’ 보고서 발표에 맞춘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위기 와중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거대 에너지 기업들을 겨냥했다. 그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터무니없는 탐욕’으로 이들이 지난 1분기에만 1천억달러(약 130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의) 빈민들 뒤에서 기후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며 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며 “모든 정부에 과도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기금으로 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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