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 OPEC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22일(현지시각)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기본원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으로 선물시장이 펀더멘털과 점점 단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때보다 응집력이 강해진 우리 기구는 감산을 포함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 메커니즘과 유연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전의 경험과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새로운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펙 플러스 정례회의는 다음달 5일 열린다.
오펙 플러스의 9월 원유 증산량 합의는 하루 10만 배럴인데, 이는 7월과 8월 합의 증산량 하루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인권 침해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으나 증산량이 미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정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로,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것은 고육책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사우디는 감산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오펙 플러스는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으로 러시아 원유의 공급이 감소하자 팬데믹 기간 동안 이뤄진 감산기조를 뒤집으며 올해 상반기 꾸준히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오펙 플러스는 향후 일정 기간 감산으로 방향을 틀 것이 전망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산 원유의 서방 제재로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6개월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겪었고,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최근 유가는 하락세가 이어져 이달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특히 이달에는 산유국 이란의 핵협정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 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며 산유량 증가 요소가 커지자 유가 약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앞서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로이터> 통신에 “많은 추측과 불안이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필요하다면 생산을 줄일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이달 낸 월간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억30만 배럴로 종전보다 26만 배럴(약 0.26%) 하향 조정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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