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회의 화면 갈무리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넘게 유지해 온 코로나19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수위를 올해 안으로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이 올해 안으로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우리는 지금 팬데믹(대유행) 시기의 어느 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 비상대응팀장도 “우리가 계절 독감을 대하는 것처럼 코로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팀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건강을 계속 위협하겠지만 우리 사회와 의료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세계보건기구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이 선언이 결정되면 이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가 각종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다.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2020년 1월 선언된 이후 3년 넘게 유지됐다. 백신과 치료제 보급으로 지난해부터 사망자와 중증 환자 수가 매우 감소하는 등 코로나 위험성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지난해 말 중국이 방역 규제를 완화한 점이 변수로 등장했다.
중국 보건당국이 방역 정보를 세계보건기구와 원활하게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올해 1월까지 이어지자 세계보건기구는 같은 달 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단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4주 동안 코로나에 따른 사망자 수는 2만8천명가량이다. 직전 같은 기간보다 57% 줄었다. 신규 확진자 수도 40% 감소한 410만명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런 추세와 더불어 강력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새로 출현하지 않는 점, 각국의 의료대응체계가 코로나 대유행 당시보다 안정을 찾은 점 등을 감안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연내 해제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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