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금리 오름세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 1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현지시각) 한때 0.1%포인트 오른 4.35%까지 올라 2007년 11월 이후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10년물의 실질 금리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4.47%까지 올라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2년 만기 국채금리도 4.99%까지 상승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 국채의 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도 1%포인트 가량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달 동안 지속되고 있는 미 국채 매도세는 유럽에서도 영향을 줘, 영국·독일의 10년 국채 금리가 각각 2008년과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 국채 매도세는 이번 주말에 미국 와이오밍에서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하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우려에 자극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오는 25일 이 회의 연설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폭과 향후 방향에 대한 추가적인 견해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공개된 지난 7월 연준 회의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이 “추가적인 통화긴축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향한 현저한 상향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최근 나온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고금리를 감내할 수 있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연준이 곧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지며 이날 채권 매도세를 부추겼다.
부동산 위기가 겹친 중국 경제의 부진도 금리 상승 흐름으로 이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부동산 시장 경색을 막으려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시장 기대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인민은행은 은행대출에서 참고가 되는 1년 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내려 3.45%로 결정했고, 5년물 금리는 4.2%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1년물과 5년물 금리 모두 0.1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중국이 시장 예측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내리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불안 요인도 이날 금리 오름세에 영향을 끼쳤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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