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중국 등이 원유 거래에서 달러 사용을 중지할 것을 합의했다는 보도로 달러 약세는 더 가속화됐다. 사진은 20달러짜리 지폐가 프린트된 모습. 워싱턴/AFP 연합
재정적자 메우려 160억파운드 자산 매각 추진
“영국을 팝니다.” 영국의 매체들은 12일(현지시각) 고든 브라운 총리가 앞으로 2년 동안 모두 30억파운드(5조50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소식을 전하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는 지방정부 자산을 포함해 모두 160억파운드의 자산을 단계적으로 팔기로 하고, 그 가운데 우선 1차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매각 대상엔 영국이 독일·네덜란드와 함께 갖고 있는 우라늄농축 컨소시엄 유렝코(URENCO)의 지분 33%가 올랐다. 이외에도 초고속 철도선인 채널터널레일링크(CTRL), 마권발매공사인 토트, 템스강을 건너는 다리와 터널 요금을 징수하는 다트퍼드 크로싱과 함께 학생들의 학자금 융자 대출부까지 포함됐다. 브라운 총리의 이번 결정은 내년도 총선 승리가 점쳐지는 영국 보수당이 최근 즉각적인 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작은 정부’를 들고 나온 데 대한 응답이라 볼 수 있다. 정부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재정지출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내년에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입 저하 등으로 0.5%까지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80년대 영국 보수당 집권 시절 탄광·전력 등의 민영화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노동당이 재정적자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1980년대 민영화 이후 최대의 매각”이라고 전했다. 노동당 정부는 이를 통해 복지예산 감축안을 내놓은 보수당과의 차별성과 자신들의 지출계획의 현실성이 부각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당장 이 자산들이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지 의문이고, 노조의 반발을 살 우려도 크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또 우라늄농축 권한이 민간 손에 넘어가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보수당 쪽은 “누가 봐도 단기적으론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만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순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