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및 광장 주변으로 10일(현지시간)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전국으로 이동제한령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근로자·기업이 내는 사회보장기여금 350조원 이상을 ‘한시 면제’해주자는 방안을 의회에 제시했다. 중국도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86조원에 이르는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탈리아·독일·프랑스도 매출이 급감한 기업이나 휴업·일시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가계에 사회보장부담금(연금과 실업·산재·의료보험)의 감면·납부 연기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에서 사회보장기여금 활용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표준정책’으로 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 의회에 급여세 세율(현행 14.4%, 근로자와 고용주 각 7.2% 부담)을 0%로 일시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급여세는 근로자 총급여에서 사회보장(실업급여와 의료보험 등)에 쓰일 재원으로 징수되는데, 기간을 올해 말까지 등으로 잡으면 감면 규모는 3천억달러(약 358조원)~8천억달러(9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기업에까지 감세 혜택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백악관 측근도 연방정부가 지게 될 막대한 비용 부담을 제기하면서 회의적인 터라, 이 급여세율을 둘러싼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4월15일로 돼 있는 미국 기업·가계의 납세 기한을 미루는 방안을 미 재무부가 검토하고 있다며 “연기 기간과 연기 수혜를 적용받을 대상을 따져보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민 총부담금 중에서 조세는 감면보다는 납부 시기 연기를,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은 면제·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로 사업 위험에 처한 기업들에 올 한해 동안 5천억위안(약 86조3천억원)에 이르는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면·면제해주겠다고 2월 말에 발표했다. 우한 등 후베이성 지역의 모든 기업과 그 외 지역의 중소기업은 오는 6월까지 아예 면제받고, 대기업은 오는 4월까지 절반으로 감면받는다. 우웨이핑 재무차관은 “정부기금 수지의 수입 감소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활동이 개선되면 재정수입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100억유로(13조5000억원)로 늘린 이탈리아의 라우라 카스텔리 경제차관은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기여금 납부를 연기해 가계를 돕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미 코로나19 피해 기업들에 각종 사회보장기금 중 일부와 세금의 납부 기한을 연기해주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정치권도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보장의무금 납부를 경감해달라고 독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보장기여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내기 때문에 유예 또는 감면받을 경우 기업으로선 공장·사무실 휴업에 따른 현금 흐름 압박을 덜 수 있고, 일시 무급휴직에 들어간 노동자 가계는 소득을 간접 지원받는 효과가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유럽 지도자들이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을 돕기 위해 사회보장기여금 면제 같은 소득 지원과 세금 감면, 납부 연기 대열에 동참하면서 코로나19 싸움에 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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