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무역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1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각) 밝혔다. 출범 당시 참가국 이외의 공식적인 가입 신청은 영국이 처음이다. 또 영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이 만든 ‘쿼드’(Quad·4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이 경제와 외교‧안보 틀을 유럽 밖으로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유럽연합 탈퇴 뒤 우리는 영국인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시피티피피에 신규 가입하는 첫 번째 국가로 글로벌 자유 무역의 선구자가 되고, 전 세계 우방 및 파트너들과 최선의 관계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우리의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지난해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캐나다‧일본·뉴질랜드·베트남 등 11개국이 무역 장벽을 없애거나 낮추기 위해 만든 시피티피피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시피티피피는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수정해 만든 협정이다.
시피티피피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영국의 가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제대국인 영국이 가입하면 시피티피피의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회원 11개국이 치지하는 비율이 13%인데, 영국이 들어오면 16%로 높아진다. 또 유럽에서 시피티피피가 만든 통상 규칙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영국이 최종적으로 가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이 관세나 전자상거래, 투자에 관한 자유도 등 시피티피피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또 모든 비준 국가가 찬성해야 한다. 가입까지 1년 가까이 걸린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가입국이 더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미국은 자유 무역에 따른 고용 감소 등 노조의 반대로 바이든 정부의 조기 복귀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한국은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높은 시장개방 등 지금의 규칙을 유지하면 중국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탈유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미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만든 ‘쿼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8일 “영국이 홍콩 문제 등으로 중국과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데, 보수파로부터 아시아에 더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쿼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도 “존슨 총리가 인도를 방문할 때 ‘쿼드’에 대한 참석 여부를 제기하고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앞서 영국 여당·보수당에 영향력이 큰 영국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내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황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전략에 큰 영향을 준다”며 ‘쿼드’ 참여를 제언하기도 했다.
‘쿼드’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렸으며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두 번째 모임을 갖고 정례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나와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며 “그 형식과 메커니즘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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