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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빌 황’의 헤지펀드 아키고스에 물린 월가 대형은행들

등록 2021-03-30 16:05수정 2021-03-30 16:21

26일 300억달러 투매…아키고스 파동에 월가도 타격
미·홍콩 블랙리스트 빌 황, ‘가족 사무실’로 규제 피해
월가 은행들의 ‘손실 회피’ 경쟁으로 피해 확대돼
빌 황. 풀러스튜디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빌 황. 풀러스튜디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미국의 한국계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던 헤지펀드의 투자 실패가 월가 거대 투자은행들의 심각한 손실로 이어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은행은 29일(현지시각) 헤지펀드 ‘아키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진콜(선물계약의 예치증거금이나 펀드 투자원금 손실을 보전하라는 요구) 사태로 인한 위기를 인정했다. 스위스의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이번 사태가 향후 분기 실적에 “매우 현저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노무라은행도 이 헤지펀드 사태로 20억달러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크레디 스위스의 주가는 14%, 노무라는 16% 폭락했다. 월가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과 골드먼삭스뿐 아니라 유비에스에이지(UBS AG), 도이체방크 등 월가의 10여개 은행이 아키고스에 약 500억달러나 물려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아키고스는 지난 26일 비아콤시비에스(CBS) 등 300억달러 규모의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아키고스가 투자한 자산의 손실이 거래 증거금을 초과하자, 거래 은행들이 마진콜을 발동해 대규모 블록딜이 이뤄졌다. 블록딜 대상이 된 주식들은 비아콤시비에스 외에도 디스커버리 등 미국 미디어 주, 텐센트와 바이두 등 중국 기술주, 영국 온라인 매장 파페치 등이다. 이 사태로 비아콤시비에스과 디스커버리 주식은 지난 26일 각각 27%씩 폭락했다.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아키고스와 관련된 투자은행의 주식도 대거 투매했다.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빌 황(황성국)은 미국 카네기 멜론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헤지펀드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운용하다가 2012년 내부자거래 혐의로 재판을 받고 합의했으며, 2014년 홍콩 증시에서 퇴출됐다.

미국과 홍콩 증시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빌 황이 다시 월가 대형 은행들의 파트너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아키고스가 ‘가족 사무실(패밀리 오피스)’ 형태로 운영되며 규제를 피했기 때문이다. 아키고스는 빌 황의 가족 재산을 운영하는 개인 펀드 형식이지만,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월가 은행들은 아키고스의 거래 규모를 키워주는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한편 손실을 막아주는 합의를 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월가 대형 은행의 지원을 받은 아키고스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관련 회사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지도 않으면서도 법적으로는 대형 투자자로 등극했다. 아키고스의 이런 투자방식으로 비아콤시비에스 주식은 올 들어 170%나 급등하다가, 결국 폭락하면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

아키고스는 지난 25일 거래 은행들에게 자산 청산 전략 논의를 요청했다. 관련 은행들은 긴급 회동을 통해 급격한 대량 청산을 자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날 은행들이 아키고스의 보유 주식을 압류하기 시작했고, 이 중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이 앞장서 아키고스와 관련된 투자를 청산했다. 선수를 친 두 은행은 이 사태로 올해 1분기 실적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대량 매도 공세에 참가하지 않았던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29일 손실을 인정했다. 거래 은행들이 질서있는 청산을 했으면, 파장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90년대말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헤지펀드의 파산이 불러온 증시 파동에 준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당시 월가에서 가장 잘 나가던 롱 텀 캐피털의 복잡한 파생상품 투자가 결국은 다단계 판매 사기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정부가 개입하는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특히 아키고스 처럼 특정 가족이 설립해 자신들의 투자만을 전담하는 가족 사무실은 현재 전세계에 1만개나 된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들이 주무르는 자산은 2019년 기준 6조달러로,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이번 사태로, 규제 바깥에 있는 가족 사무실이 증시 전체를 흔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정의길 신기섭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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