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이탈리아에 4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건축 자재 전문 생산 업체 에테르닛 직원 2천여 명이 비슷한 병으로 숨진 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라 스탐파를 비롯한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4개 지역에서 건축용 패널이나 지붕 혹은 시멘트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에 근무하다 지난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숨진 2천여 명의 직원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공장에서 나오는 석면이 주원인이 된 암이나 기타 심각한 신체장애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이탈리아 토리노 경찰 당국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는 한편 이 회사의 주인인 스테판 슈미트하인니와 장 루이 마리 기스랭 드 카르티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직원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자체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장이 안전 기준에 미달할 뿐 아니라 환기 장치나 석면 가루가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어떤 설비 시설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알레산드리아 공장에서는 1천378명, 토리노 공장에서는 118명, 나폴리 공장에서는 384명이 석면에 의한 암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직원들의 가족과 동네 사람들까지도 비슷한 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위스 공장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인들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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