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왼쪽)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오는 20일 첫 우주여행 탑승객이 된 82살의 조종사 출신 월리 펑크(오른쪽)이 우주여행 뒤 착륙할 때에 대해 베이조스와 대화하고 있다. 베이조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1960년대에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주비행에서 배제됐던 조종사 출신 82살 여성이 60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됐다.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을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이 회사의 첫 우주여행에 월리 펑크(82)가 자신과 동승한다고 1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했다. 여행 티켓 경매에 159개국 7600명의 경쟁을 뚫고 2800만달러(약 312억6000만원)으로 낙찰된 익명의 인물과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도 함께 탑승한다.
이번 우주여행은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지상 62마일(약 100㎞) 위까지 올라갔다가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약 11분간의 여정이다. 승객들은 4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다.
아마존 창업자로 전세계 1위 부자인 베이조스로부터 우주여행 티켓을 받은 펑크는 1960~61년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발사 계획에 따라 엄격한 훈련을 통과한 13명의 여성인 ‘머큐리 13’의 한 명이었다. 남성으로 구성된 ‘머큐리 7’과 동일한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취소되면서 펑크는 우주로 날아가지 못했다. 그는 1970년대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비행사가 되려고 3차례 지원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펑크는 베이조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영상에서 “그들은 ‘글쎄, 당신은 여자라서 못 해’라고 했다. 나는 ‘이봐요. 당신이 무엇인지는 상관 없어. 하고 싶으면 여전히 할 수 있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펑크는 1만9600 시간의 비행 경력과 3000명 교육 경험을 가진 조종사 출신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감찰관,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여성 항공안전 조사관이기도 하다. 그는 우주 비행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2010년 또 다른 우주탐사 기업인 버진갤럭틱에 20만달러를 내고 자리를 예약해놨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펑크보다)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때가 됐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해요, 월리. 7월20일 당신이 우리의 명예로운 승객으로 함께 비행하게 돼 기뻐요”라고 적었다. 영상에서 베이조스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착륙해)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오면 제일 처음 무슨 말을 하겠냐”고 묻자 펑크는 “‘허니, 이건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에요’라고 말하겠다”며 베이조스를 끌어안았다.
이번 우주여행을 하면 펑크는 1998년 77살의 나이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탑승했던 존 글렌의 기록을 깨고 우주로 날아오른 전세계 최고령 기록을 세운다. 우주여행 승객은 발사시 2분 동안 지구 표면 중력의 3배를, 하강시에는 수초간 5.5배를 견뎌야 한다고 블루오리진은 설명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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