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암살 용의자들이 지난 8일 경찰에 체포돼 포박돼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티 대통령 암살범으로 콜롬비아 용병과 아이티계 미국인들이 지목된 가운데, 암살 배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아이티 경찰은 암살 실행범으로 콜롬비아계 용병 등을 체포했지만 암살 배후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알자지라> 등 보도를 보면,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부인인 마르틴 모이즈는 본인의 공식 트위터에 2분20초짜리 음성 파일을 올려 “대통령이 누구와 싸우는지 당신들도 알지 않느냐”며 “그들은 연말 선거뿐만 아니라 도로, 수도, 전기, 국민투표 때문에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용병을 보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치적 반대 세력이 ‘용병’을 보내 대통령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회의원 알프레드 앙투완도 이번 암살이 아이티의 기득권 재벌들에 의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통령을 죽였다”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생전에 아이티의 각종 정부 계약을 독점하던 기득권층을 해체하려고 시도해 이들과 갈등을 빚었는데,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에서는 오는 9월26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었다. 총리직을 폐지하고 대통령직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이티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이들이 콜롬비아 용병 26명, 아이티계 미국인 2명 등 모두 28명으로 보고 있다. 아이티 경찰은 이들 중 17명을 체포하고 3명을 사살했으며, 8명을 뒤쫓고 있다.
암살 동기와 배후가 아직 밝혀지지 않으면서, 아이티 야권 일부와 콜롬비아 등에서는 대통령을 암살한 주체가 이들 용병이 아닌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가디언>은 아이티 야당 정치인인 스티븐 브누아가 지난 9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은 콜롬비아인들이 아니라 자신의 경호원들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통령 부인의 발언과는 상반된다. 암살 당시 대통령과 함께 사저에 있었던 그의 부인 마르틴은 이날 “눈 깜짝할 사이에 용병들이 집에 들어와 남편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총알을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암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용병’이라는 표현을 쓰고, 암살 주체에 대해 별다른 주장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 사망 이후 정국을 이끌 임시 대통령직을 놓고도 갈등이 이어지면서 혼란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대통령 암살 이후 임시 총리였던 클로드 조제프가 아이티의 국정 책임을 맡고 있지만, 상원은 지난 9일 자체적으로 임시 대통령을 지명했다. 대통령 유고 시 의회가 투표를 통해 임시 대통령을 뽑는다는 2012년 개정 헌법이 근거였다. 그러나 상원의원 3분의 2의 임기가 끝난 상태여서, 정족수 미달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 대통령 사망 이틀 전 새 총리로 지명됐지만 공식 취임 선서를 하지 않은 정치인도 본인이 최고 권력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벽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에게 열두 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의 부인 마르틴은 총상을 입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