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훈자다(60). 위키백과 자료 사진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곧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일에 가려진 탈레반 지도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아프간 정부를 장악하며 떠오른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축출된 이후 비밀 지하조직 형태로 운영돼, 세부 조직 구성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부 방식은 불분명하지만, 정치·종교적 최종 결정은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훈자다(60)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전임자인 아흐타르 만수르가 2016년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뒤 최고 지도자로 추대됐다.
아훈자다는 탈레반 지도자가 되기 전까지 15년 동안 파키스탄 남서부 지역에서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평범한 학자였다. 그는 어느날 파키스탄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가,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했다.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그가 탈레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그에게 충성을 서약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알자와히리는 그를 “(이슬람) 신자들의 통치자(에미르)”라고 칭송했다. 알카에다의 지지는 아훈자다가 지위를 공고하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아훈자다는 전임자의 사망 이후 탈레반 내 파벌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조직을 통일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공개 활동은 1년에 한번씩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뿐이다.
대외 활동은 탈레반 정치 부문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52)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3년 숨진 무하마드 오마르와 함께 탈레반을 세운 그는 오마르가 가장 신임하는 군사 지도자였다. 바라다르는 1970년대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무장 투쟁을 시작했으며, 2001년 탈레반 정부가 무너진 이후 들어선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와 협상을 시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2010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가 2018년 풀려난 뒤 카타르로 거주지를 옮겨, 지금까지 탈레반 정치 부문을 이끌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서 최근 벌어졌던 미군 철수 관련 협상도 그가 주도했다.
카타르에서 탈레반의 대외 활동을 이끄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52). 로이터 연합뉴스
현재 탈레반 계열 무장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40 또는 47)도 핵심 지도자로 꼽힌다. 1970년대 소련과의 전투로 유명해진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이며, 카불 등지에서 수많은 자살폭탄 공격 등을 계획하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카니는 자신의 조직을 통해 탈레반의 자금과 군수품 관리를 총괄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독립적인 활동을 선호하며 사업 수완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미국 정부로부터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지목됐다.
탈레반 설립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쿠브(31)도 핵심 인물에 속한다. 조직의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야쿠브는 2016년 아훈자다를 최고 지도자로 추대하는 데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도 어려 아훈자다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탈레반 설립자의 아들’이라는 상징성은 있으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지적했다.
이밖에 과거 탈레반 정부의 외무차관이자 이번 미군 철수 협상에 참여했던 셰르 무하마드 아바스 스타니크자이(58), 아훈자다 최고 지도자의 신임을 얻는 협상팀의 일원 압둘 하킴 하카니도 탈레반의 주요 인물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