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미, 20년간 1000조원 쏟아부었는데…아프간군 지리멸렬 왜?

등록 2021-08-17 14:57수정 2021-08-17 16:36

정부 불신과 지휘부 부패로 사기 저하
물자·식량 부족에 95% 이상의 문맹률

미 정부, ‘정보 실패’ 지적에 침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순식간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간 데에는 맥없이 두 손 든 아프간 정부군이 있었다.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에 돈과 자원을 쏟아붓고도 아프간 군과 경찰을 정예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이 1조 달러를 들여 30만명의 아프간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월급 등 필요한 모든 도구를 줬고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미래를 위해 싸울 의지는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세력 확장에 무기력하게 항복하거나 도망친 아프간군에 대한 한탄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프간군의 전면적 붕괴는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짚었다. 백지 상태의 아프간 군·경을 미 국방부의 중앙집권식 지휘체계와 복잡한 관료주의를 모델로 구축할 수 있다고 여긴 것부터가 자만이었다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그들은 전투 국민으로서 아프간인들의 강점을 알아내고 그 위에서 구축하는 게 아니라 서구 군대를 훈련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프간군은 또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휘부의 부패로 인해 사기가 낮다. 미국의 철군 발표 뒤 탈레반이 진격해나갈 때 아프간군에서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정부를 위해 싸우는 게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없다는 믿음이 커졌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아프간군은 서류상으로 약 30만명이지만 이는 군 간부들이 급여를 가로채려고 허위 기재한 ‘유령 병사’들이 포함된 것이고, 실제 병력은 그 6분의 1이라고 미 관리는 말했다. 중간에서 빼돌리는 간부들 때문에 병사들은 탄약 등 물자와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집에서 먼 곳에 배치될 경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대를 떠나 집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다고 한다.

높은 문맹률도 장벽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이 수백만 명의 아프간 어린이들을 학교에 등록시켰어도, 아프간군 신병들 가운데 2~5%만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형제·자매의 이름은 나열해도 몇 명인지 숫자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달 8일 연설에서 아프간군의 전투력에 신뢰를 표했고, 1975년 미국의 베트남전 패망 당시의 사이공 탈출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과 의회는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재장악 속도를 예상 못한 바이든 정부의 ‘정보 실패’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약 20분 동안 연설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이날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에서 군 당국자는 정보 실패에 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혼란의 책임을 물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브랫 브루언은 이날 <유에스에이 투데이> 기고에서 “함정과 문제의 가능성을 확실히 회피하면서 대통령의 목표(아프간 철군)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게 설리번의 몫인데 그런 일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았다”며 경질을 주장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