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워싱턴 포트 리즐리 맥네어에서 마린원에 탑승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혼란상에 대해 미국 의회가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아프간 철군에 찬성하는 미국 내 여론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의회에서는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도 바이든 정부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추궁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다. 민주당 소속인 상원 정보위원회,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 위원장들은 1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아프간 철군과 관련해 조사할 뜻을 밝혔다.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바이든 정부가 성급한 미군 철수의 의미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지금 몇 년간의 정책·정보 실패의 끔찍한 결과를 보고 있다. 완벽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크 워너 정보위원장은 “왜 우리가 아프간 정부와 군의 완전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더 잘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관해 어렵지만 필요한 질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잭 리드 군사위원장도 “아프간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청문회를 열겠다면서, 철군 과정에서 미국이 “정보와 외교의 실패, 그리고 상상력의 부족”으로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최대한 빨리 의회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의회는 정부를 상대로 탈레반의 빠른 장악을 예측하지 못한 정보 실패,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 대피 계획, 미국을 겨냥한 탈레반 정권의 테러 위험 대책 등을 따질 계획이다.
<폴리티코>는 이같은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의 감독과 관련해 처음 겪는 큰 두통일 것이라고 짚었다. 백악관은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인 의회에서 공개적 압박을 덜 받아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 청문회 등은 이번주 휴회가 끝나고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 밖에서도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수십년간 정치과학자로서 봐온 어떤 것보다도 큰 외교정책 사안의 집행 실패”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면서 정보, 조율, 계획, 소통 등 4가지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고, 동맹과 출구전략 마련에 실패했으며, 아프간 정부의 급속한 붕괴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없었고, 미국인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 완전 철군에 반대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소신을 꺾진 못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철군에 대한 여론도 나빠지고 있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지난 13~16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9%다. 지난 4월 같은 조사 때 69%에서 2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도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의 공동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는 지난 13일 53%였으나,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장악 뒤인 16일 조사에서는 7%포인트 하락한 46%로 나타났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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