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아프간인들이 타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미군 등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시점으로 제시한 ‘8월31일’이 다가오면서, 영국 등에서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날이 ‘레드라인’이라며 철수를 압박했다.
23일(현지시각) 미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4일로 예정된 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이 정한 8월31일 철수 시한까지는 자국민과 프랑스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힘들다”며 “철수 작전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다”라며 미국과 영국군이 약속한 철수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철수를 계속하기 위한 시간을 추가로 구한다면 대답은 ‘안된다’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이에 불신을 조장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점유를 계속할 의도라면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5월1일 시작해 9월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말했고, 지난달 8일에는 이를 구체화해 “아프간에서의 미군 임무가 8월31일 종료될 것”이라며, 이날 미군 철수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미군 등이 철수 절차를 진행하던 지난 15일 아프간을 장악했다. 애초 미국 정보 당국 등은 미군 등 철수가 완료되고 한 달 뒤께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카불에 입성하면서, 아프간에 머물던 미국, 영국 등 외국인과 이들에게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의 대피 문제가 꼬이게 됐다.
미국은 일단 31일까지 철수를 완료한다는 입장이지만,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탈레반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말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추가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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