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난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지난 27일의 보복 드론 공습이 끝이 아니라면서 추가 응징 조처를 예고했다. 그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카불 공항 추가 테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군을 보호하면서 철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전날 호라산에 대한 미군의 드론 공습에 대해 “이번 공격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극악무도한 공격에 관여한 어떤 이라도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카불에서 벌어진 우리 군대와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에 책임있는 집단을 추적하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국가안보팀, 현장 군 지휘관들과 전날의 보복 공습에 대해 논의한 뒤 이 성명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군이 지난 27일 호라산을 상대로 실시한 보복 공습 외에도 추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카불 공항에서 호라산이 폭탄테러를 일으킨 지 하루 만에 호라산 근거지인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드론 공습을 가해 호라산 대원 두명을 사살했다. 26일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등 100여명의 사망자, 1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만 170여명에 이른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무인기 공습으로 호라산의 “관심 인물” 두 명이 사망했고 한 명이 다쳤으며, 민간인 피해자는 없다고 밝혔다. 행크 테일러 미 합참 소장은 숨진 이들이 호라산의 “기획자와 조력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26일의 카불 공항 테러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 정부 관리는 숨진 인물이 아프간에서 또다른 공격을 기획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선제적 공습이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국방부 관리는 숨진 이를 “알려진 존재”라면서도 미 정부가 그를 호라산의 “고위 인사”로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카불 공항 테러 뒤 백악관 연설에서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무력과 정밀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군 지휘관들에게 호라산 지도부와 자산,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성명에서 호라산으로부터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현장 상황은 계속해서 극도로 위험하고, (카불) 공항에서 테러리스트 공격 위협은 여전히 높다”며 “우리 지휘관들은 나에게 앞으로 24~36시간 사이에 공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휘관들에게 미군 보호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보장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숨진 13명 미군 등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11만7000명이 대피했다면서, “카불의 위험한 상황에도 우리는 민간인 대피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군이 철수한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프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준비 상황을 (안보팀 등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설정한대로 오는 3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현재 아프간을 떠나길 희망하는 미국인이 약 350명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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