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원들이 28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이 미군의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 보복 공습에 대해,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내각 구성까지 1~2주는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혀, 치안 부재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각)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미군이 전날 호라산을 무인기로 공습한 것에 대해 “아프간 영토에 가해진 명백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호라산은 지난 26일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 폭탄테러를 감행해 아프간인과 미군 등 170여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튿날 호라산에 대해 무인기 공습을 단행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미군 비판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호라산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날 탈레반의 정권 재건 일정도 밝혔다. 그는 “새 내각 구성이 1~2주 내 끝날 것”이라며 “공중보건부와 교육부, 중앙은행 등 핵심 정부기관을 운영할 관리들은 이미 임명했다”고 말했다. 애초 무자히드 대변인은 “다음 주 내각이 발표된다”고 했다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 “1~2주 내”라고 발언을 고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이 지체되는 것은 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에 입성하면서 본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고 시인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제하기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개발연구소의 무장단체 연구센터 공동 책임자인 애슐리 잭슨은 <가디언>에 “그들(탈레반)은 너무 느리다. 미국이 철수할 때 정부를 발표할 수 있어야 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아프간이) 통제 불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국가 공격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탈레반은 아프간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난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급변해 발생한 아프가니(아프가니스탄 통화) 가치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정부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정상 상황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식료품 값이 급등했다. 유엔 관리들은 아프간 대부분의 지역이 가뭄 피해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문을 닫았던 은행에 대해서도 이날 영업 재개를 명령했다. 다만 1인당 인출액을 일주일에 200달러(2만아프가니·약 23만원)로 제한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여성의 입각 여부에 대해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이며 어떻게 결정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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