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프랭크 매켄지 사령관이 30일(현지시각) 화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작업을 종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30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작업을 종료했다. 이로써 9·11 테러 한 달 뒤인 2001년 10월 시작돼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피와 혼돈으로 얼룩진 채 종식됐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사령관은 이날 영상을 통해 “아프간에서의 철군 완료와 미국 민간인, 제3국 국민들, 그리고 취약한 아프간인들 대피를 위한 군사 임무의 종료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 동부 시각 기준으로 오늘 30일 오후 3시29분(아프간 시각 30일 밤 11시59분), 마지막 C-17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이륙했다”며 “사람이 탑승한 그 마지막 비행기는 아프간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군 시한으로 제시한 31일이 되기 1분 전에 아프간 땅을 뜬 것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오늘의 철수는 대피의 군사적 요소 종결뿐만 아니라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간에서 시작한 약 20년 임무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매켄지 사령관의 발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의 우리 군대 주둔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철군 시한을 8월31일 이후로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31일 오후(한국 1일 오전)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또한 미군 철군 완료에 따라 아프간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탈레반 대변인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아프가니스탄 전체가 탈레반 통제에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말 이후 6000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모두 12만2000명의 민간인을 카불 공항을 통해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민간인 대피 종료에도 여전히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은 남아있다. 국무부는 남아있는 미국인은 전날 밝힌 250명보다는 적고, 탈출 희망 아프간인은 수천명이라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번 철수와 관련해 비통함이 크다”며 “우리가 데려오고 싶은 모든 이를 데리고 나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들을 빼내오기 위해 국무부가 탈레반과 외교적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종료로 미국의 20년 아프간 전쟁은 끝났다.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며, 8월3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히고 철군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군 철군이 끝나기도 전에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20년 만에 재장악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은 황급히 아프간에서의 철군·대피를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6일 이슬람국가 호라산(IS-K)는 카불 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은 이에 대응해 지난 27일과 29일 호라산에 대한 보복 드론 공습을 가했다. 미군의 보복 공습 여파로 어린이 등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전쟁에 2조달러(약 2327조원)을 쏟아부었고, 미군 희생자는 2400여명에 이른다. 아프간 정부군 6만6000여명, 탈레반 5만1000여명, 아프간 민간인 4만700여명 등까지 합쳐 모두 약 17만명이 이 전쟁 속에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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