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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탈레반, 니캅 착용조건 여대생 등교 허용…“남녀 철저 분리해야”

등록 2021-09-06 11:14수정 2021-09-06 20:41

눈만 보이는 무슬림 복장 착용 전제로
‘여성 교육 금지’ 1기 집권기와 차이
“수업·등하교 남녀 마주치지 않아야”
“여성 교원 부족해” 실효성 의문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5일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5일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사립대 개학을 앞두고 여성들에게 대학 교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눈만 보이는 니캅을 착용하고, 남녀를 엄격히 분리해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5일 탈레반 새 정부의 교육 당국이 이런 내용으로 여성들의 교육에 관한 법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여성들에게 니캅 착용을 조건으로 대학 교육을 허가한다는 것은 “포용적” 정책을 펴겠다는 탈레반 새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탈레반의 ‘1기 집권기’(1996~2001년) 때는 여성들의 학교 교육이 금지됐다.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일반적으로 무슬림 여성 복장 중 가장 규제가 심한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목까지 통옷으로 철저히 덮고 눈도 망사로 가리는 옷이다. 니캅은 이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 카불 시내에서 부르카와 니캅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복장 규제는 분명한 퇴보로 해석된다. 탈레반은 사립대 여학생들이 니캅을 써야 할 뿐 아니라 몸 전체를 가리를 통옷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니캅. 출처: 아마존닷컴
니캅. 출처: 아마존닷컴

탈레반 정권은 또 대학 교육에서 남녀 분리를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남녀는 교실을 분리해야 하고, 교실을 나눌 수 없다면 커튼이라도 쳐서 서로 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학생 교육은 오로지 여성만 맡도록 했다. 여자 교원을 구할 수 없다면 “행동거지가 양호한 나이 많은 남자 교원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학교 출입구도 따로 쓰고, 여학생들 수업은 남학생들보다 5분 일찍 마쳐 남녀가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남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여학생들은 대기실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 1기 정권 몰락 후 아프간 여성들의 진학률은 크게 올라갔다. 이번 조처는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마련한 절충책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교육시설이 공격을 받고, 길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해코지를 당했다는 말이 돌아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번 조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여성들에게 등교를 허용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조처”라면서도 “우리는 여성 교원 수가 부족하고, 여학생들을 분리해 가르칠 교실도 충분하지 않다”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한편,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4일 카불에서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대를 폭행하고 외신 기자에게 총구를 들이댄 탈레반 대원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새 정부 구성이 끝나지 않고 치안도 불안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시위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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