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아녜스 칼라마르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각)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 보고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예루살렘/EPA 연합뉴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관련 정책, 법률, 관행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분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이날 팔레스타인 땅 점령, 살상 행위, 강제 이주 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관련 대응을 분석한 280쪽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며 “차별, 강탈, 반대 의견 억압, 살해 등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희생시켜 유대 이스라엘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려는 시스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아파르트헤이트다”라고 단언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의 소수 백인 정권이 법률로 공식화한 인종 차별·분리 정책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인종 차별·분리는 국제법 위반이며,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앰네스티는 비판했다.
미국의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도 지난해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정책이 국제법상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법률, 정책, 관행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파편화한 상태”라며 “빈곤에 자주 직면하고 항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차별 정책을 크게 “인종 청소나 매한가지인”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파괴와 주민 추방,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과 주택 압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립된 거주지에 격리하는 통제 정책, 경제·사회적 권리 박탈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앰네스티는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의 이런 차별을 중단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고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국제 사회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을 다룰 때 인권 문제를 제쳐 둬 왔다”며 “이 문제에 책임이 있고 힘도 있는 나라 정부들은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의미 있는 행동을 거부해왔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는 이 보고서에 제시된 증거에 주목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거부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보고서가 “반유대주의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주장했고, 네스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는 관점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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