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2년 1월12일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REUTERS
새해가 되면 세계 유명 컨설팅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한 해를 전망한다. 국제정치 관련 예측도 경제를 조망하는 데 유용하다. 국제분쟁이나 갈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개별 국가나 개인 등에도 곧장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초연결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글로벌화되면서 한국 이외 지역의 분쟁이나 갈등에 안테나를 더욱 곧추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소 뻔한 얘기인 듯 보이지만, 여러 전망을 종합하면 2022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관계 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정치위험 연구 및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은 2022년 1월3일 펴낸 ‘2022년 최상위 리스크’(Top Risks 2022) 보고서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패 가능성을 첫 번째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았다. 유라시아그룹 회장인 이언 브레머(53)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다. 1998년 유라시아그룹을 설립했으며, 정치위험 분석을 지수로 만들어 금융시장에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브레머는 2018년 1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미-중이 직접적인 기술 충돌로 향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 냉전이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그의 이런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봉쇄 정책의 딜레마
유라시아그룹이 ‘2022 보고서’에서 중국의 방역 정책이 실패할 것으로 본 근거는 역설적으로 ‘제로 코로나19 정책’이다. 이 정책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2022년에는 되레 어려운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든 백신은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오미크론 같은 전파 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코로나 제로’ 상태여서 이에 대항할 항체가 없다. 2년 동안 유지한 봉쇄 정책의 딜레마다.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3기에 나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개방을 원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중국이 “방역 경로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감염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봉쇄와 봉쇄가 이어지면 경제적 혼란 가중, 국가의 더 적극적인 개입, 주민들의 불만 고조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의 방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공장 폐쇄, 배송 차질, 인력·원자재·장비 부족 등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자국에서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국민 전체가 부스터샷을 맞을 때까지 봉쇄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백신은 일러야 2022년 말쯤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전망이 지나치게 단언적이고 비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자 그룹 자회사인 지제로미디어(GZERO Media)의 뉴스레터 ‘시그널’은 “유라시아그룹의 판단은 논쟁적이고 틀린 것으로 증명될 수도 있다”며 기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려 할 수도 있고, 이에 따른 후유증을 효과적으로 숨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통제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2022년 11월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모든 하원의원, 상원의원 3분의 1에 대한 선거)에 대한 전망도 상당히 흥미롭다. 보고서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첫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선거에 이어 2년 뒤에 실시하는 중간선거에선 야당(현재 공화당)이 크게 이긴다. 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바이러스 종식”이라는 제1선거공약 이행은 미완성이고,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보고서는 “공화당은 틀림없이 하원 다수당을 다시 차지할 것이고, 상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이고, 상원은 100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점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에 여전히 강한 장악력이 있다. 그가 끌어오는 돈과 득표, 지지자들의 열정을 공화당 의원들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 뒤에 찾아올 미국 내부의 분열과 글로벌 갈등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보고서는 “2022년 중간선거 자체가 위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가 2022년 1월3일 내놓은 ‘2022 연례 전망’ 보고서의 미-중 관계 예측도 참고할 만하다. 스트랫포는 2022년에도 미-중 무역 및 첨단 기술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국 무역 제한 조처를 완화하려는 의향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법 제301조에 기반해 중국의 산업보조금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의 무역회담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2022년도 미-중 기술 전쟁
미-중 무역회담에서 진전이 없다면 중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부문의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철강이나 녹색기술 부문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은 또한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반도체 등 첨단부문의 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처도 확대할 것으로 스트랫포는 예상했다. 미국의 이런 전략은 중국이 기술 민족주의에 더욱 몰두하게 할 것이다.
스트랫포는 지정학 연구로 유명하지만 국수주의적 성향 때문에 지정학계에서도 비판받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개입주의 노선을 줄곧 반대해왔으며, 이 때문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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