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에서 2017년 11월 장갑차에 탄 공안들이 순찰을 도는 모습을 주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카슈가르/AP 연합뉴스
유엔이 중국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인권탄압 관련 보고서 발행을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미룰 것임을 공식화하면서, 양쪽이 서로의 편의를 위한 ‘교착국면’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유엔 인권 담당 최고대표실(고등판무관실·OHCHR)은 3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에도 여전히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관련 보고서 발행 일정을 잡지 못했다. 신문은 리즈 스로셀 인권최고대표실 대변인의 말을 따 “보고서 발행 일정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라며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전까지 발행 준비를 끝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 등은 신장 보고서를 올림픽 개막 이전에 발행할 것을 유엔 쪽에 촉구해왔다. 인권최고대표실 쪽은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신장 관련 보고서 발행이 “몇 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럼에도 보고서 발행이 다시 연기되면서, 유엔과 중국 쪽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신장 현지 방문을 올림픽 이후 허용한 것과 보고서 발행을 미룬 것이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신문은 지난달 28치에서 “중국이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을 허용하면서 보고서 발행을 올림픽 폐막(20일)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한 바 있다.
유엔과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을 놓고 협상을 지속해왔다. 유엔 쪽은 “의미 있고, 제한이 없는 현장 접근과 조사”을 전제로 내건 반면, 중국 쪽은 “우호적인 친선 방문” 형식을 강조해왔다. 신문은 “유엔 내부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보니, 중국의 입장은 2019년 이후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9년 5월31일치 서한에서 천쉬 제네바 유엔 본부 주재 중국 대사는 바첼렛 대표에게 “2019년 6월15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과 신장자치구를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그러면서 “현장 방문을 통해 인권을 위한 중국의 노력에 대한 정보를 얻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유엔 인권 담당관을 지낸 엠마 라일리는 유엔과 중국 쪽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신장 방문도, 보고서 발행도 늦춰지고 있는 것을 두고 “상호 편리한 교착국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문에 “그간 중국 쪽의 초청은 여행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관광’ 수준에 불과했다“며 ”3년이나 협상을 하고도 제한 없는 접근과 관련해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이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존 피셔 제네바 주재 휴먼라이츠워치 대표도 신문에 ”이른바 ‘친선 방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위구르족 민족성을 압살하려는 정책의 피해자들에겐 모욕적 처사”라며 ”중국은 신장 방문·조사 협상을 장기간 질질 끌면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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