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업계를 좌우하는 ‘석유 메이저’ 중 한 곳인 영국·네덜란드계 업체 셸이 8일(현지시각) 러시아산 원유 구입 중단 등 모든 러시아 관련 에너지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석유업계를 좌우하는 주요 기업인 영국·네덜란드계 업체 셸이 8일(현지시각)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셸의 이런 결정은 서방 정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셸은 이날 성명을 내어 원유, 석유 제품, 천연가스, 액화천연가스 등 모든 탄화수소 관련 러시아 사업을 ‘단계적인 방식’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셸은 최대한 서둘러 원유 공급망을 변경하고 러시아 내 주유소, 항공유, 윤활유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은 몇 주가 걸릴 것이며 일부 정유 시설의 생산량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이 회사는 덧붙였다.
셸의 이날 결정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이 최근 셸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비판한 뒤 나왔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쿨레바 장관은 셸이 불연속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한 것으로 안다며 셸이 러시아산 원유를 사지 말도록 압력을 넣을 것을 호소했다.
벤 판뵈르던 셸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기로 했던 결정이 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내려진 것이지만, 옳지 못했다고 절실하게 인식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당시 언급한 바 있지만, 현재 정유 과정에 있는 러시아산 원유로 얻게 되는 이익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특정 기금에 넘겨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셸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서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러시아 정부가 통제하는 거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원유 등 에너지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회원국 사이에서 에너지 관련 제재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이 에너지 분야로 제재를 확대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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