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우크라이나 의회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의 공개 서한. 트위터 화면 갈무리
“러시아가 ‘민간인을 향한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 나는 살해된 어린이들의 이름을 먼저 외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배우자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9일 세계 언론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젤렌스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량 학살”이라며 “이번 침공에서 가장 무섭고 파괴적인 것은 어린이 사상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카는 이어 “아크튀르카의 거리에서 죽은 8살 앨리스. 부모와 함께 포격으로 사망한 키이우의 폴리나. 14살 아르세니는 잔해에 머리를 맞았고 심한 화재로 구급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구조하지 못했다”면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진 어린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아이들이 어떤 상황 속에 처해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우리 여성들과 아이들은 지금 방공호와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며 “키이우와 하르키우 지하철 역 사진을 봤을 텐데, 그곳에서 사람들은 아이들과 반려동물들과 함께 바닥에 엎드려 있다. 갇혀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도시에서 (러시아가)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고의로 폭격과 포격을 해 가족들이 며칠 연속으로 대피소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카는 “전쟁 가운데서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지하실의 콘크리트 천장을 보게 되고, 숨은 지하실의 매운 공기를 향해 첫 숨을 내쉬게 된다. 이 아기들은 갇힌 상태로 공포에 질려있는 공동체의 환영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평화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수십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전쟁 상황 속에서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꼬집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집중 치료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지금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지하실에서 인슐린을 주사하는 것이 쉬운가? 화재가 심한 곳에서 천식 치료제를 구하려면 어떻게 하나? 반드시 필요한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무기한 연기된 수천 명의 암 환자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노약자, 중증 환자, 장애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데, 이러한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은 이중 범죄”라고 지적했다.
젤렌스카는 러시아를 비판하며 “침략자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전격전(blitzkrieg)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는 우리 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이들의 애국심을 과소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치적 견해, 모국어, 신념, 국적에 관계없이 단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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