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모스크바 시각) 밤 러시아 국영 채널1 텔레비전 뉴스 생방송 도중 이 방송사 직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기습적으로 끼어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생방송 도중에 한 여성이 끼어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방송 화면을 보면, 14일 밤 9시31분께(모스크바 시각) 러시아 국영 채널1 텔레비전에서 진행자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한 여성이 진행자 뒤에 나타나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종이를 펼쳐 들었다.
종이에는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마라. 그들이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영어와 러시아어로 써 있었다. 맨 마지막 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적혀있다. 이 여성은 진행자가 황급히 다른 뉴스 화면으로 넘기기 전까지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이 방송사 직원인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이 기습 시위 직전에도 반전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범죄”라고 부르면서 “이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의 신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스스로 지난 몇 년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한 게 부끄럽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한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만이 “광기를 막을 수 있다”며 전쟁 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비판적 독립언론을 폐쇄하고, 이 전쟁과 관련해 뉴스에서 “침공”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