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남부 해안 도시 오데사에서 3일(현지시각) 소방관들이 폭격으로 파괴된 시설을 수색하고 있다. 오데사/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한 이후 전장이 오데사 등 남부 해안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3일(현지시각) 오전 우크라이나 서남부 요충지인 오데사주의 정유 시설 1곳과 연료 저장 시설 3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국 군함과 전투기가 미콜라이우에 주둔한 우크라이나군 지원용 유류 시설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유류 시설이 파괴된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해군 기지가 있는 오데사와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 미콜라이우, 마리우폴 등에 공격을 집중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남부 작전 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설이 공격을 당했다면서 “모든 관련 시스템과 기반 시설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사령부는 덧붙였다.
젠나디 트루하노프 오데사 시장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연설에서 “가옥과 사회 기반 시설이 피해를 봤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오전 6시께 오데사 항구 산업지구에서 폭발음이 들린 뒤 화염과 함께 최소 3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오데사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은 이날 밤에도 계속 이어졌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민간인 시설에 대한 공격을 부인했다.
오데사가 속한 오데사주는 흑해에 접해 있어, 우크라이나의 해상 관문 구실을 하는 지역이다. 러시아군이 오데사주를 손에 넣으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전체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전략적으로 타격을 주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오데사 동쪽 도시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서 동남쪽으로 250㎞ 떨어진 크레멘추크의 정유 시설도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파괴됐다. 크레멘추크가 속한 폴타바주의 드미트로 루닌 주지사는 “정유 시설의 불은 잡았지만 시설이 완전히 파괴돼 더이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유 시설은 공격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가동되던 정유 시설이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부 하르키우에서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23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지방 정부가 밝혔다. 군 당국은 하르키우 인근 도시인 이줌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폭격기 한 대를 격추시키고 조종사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주요 교전 지역에서 2694명의 민간인이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피해가 가장 큰 도시인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는 이날 469명이 도시를 벗어났으며,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피란민 수송 버스 7대가 인근 도시에 도착해 러시아군과 마리우폴 시내 진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베레시추크 부총리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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