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6일(현지시각) 총선 승리 이후 첫 외신기자 대상 회견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가 회원국 가운데 처음 루블화 결제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산 가스 구입 비용을 루블화로 결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루블화로 결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며 러시아가 요구하면 루블로 가스 대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가스와 석유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라는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제재는 헝가리 경제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반 총리는 또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휴전을 촉구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정상들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헝가리의 루블화 결제 방침은 러시아 제재에 대한 회원국의 단일한 대응을 추구해온 유럽연합의 시도에 차질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유럽연합이 개별 회원국의 러시아 가스 공급 거래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는 회원국들이 일정한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유럽연합의 방침은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라며, 러시아산 가스 공급은 헝가리 기업과 러시아 기업간 계약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으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부문 제재에 대해서도 반대해왔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3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총리 4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5일 제안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문제는 세부 사안에 대한 논란으로 회원국들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석탄 수입 금지가 기존에 체결된 수입 계약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등 기술적인 문제가 회원국들 사이에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며, 회원국들은 이에 대해 추가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외교관들은 회원국들이 타협을 통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에 합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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