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상하이의 국제컨벤션센터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격리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물품을 달라”, “물품을 달라”, “물품을 달라”
2주째 봉쇄가 이어지는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일부 지역에서 먹거리 부족에 시달린 시민들이 최근 항의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봉쇄 조처로 주민들의 집 밖 외출이 금지된 상하이에서 주민들이 집 밖에 나와 항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현지 매체는 이 사건을 다루지 않으면서 당국의 방역 강화 의지만 전하고 있다.
10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와 현지 교민 등 취재 결과, 사건이 발생한 곳은 상하이시 황푸강 서쪽(푸시)에 있는 인구 18만명의 쑹장구 지우팅진이다. 8일 저녁 이 지역 아파트 등의 일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와 며칠 간 물품을 받지 못했다며 “물품을 보내라”고 소리쳤다. 경찰 등으로 구성된 방역 당국은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막느라 곤욕을 치렀다.
지우팅진은 푸시 지역에 속해, 지난 1일부터 공식적인 봉쇄에 들어갔지만,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찍 발생해 지난달 중순부터 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봉쇄가 이어진 가운데, 특히 푸시 지역 전체가 봉쇄에 들어간 1일 이후 8일까지 개인적인 주문은 물론 당국의 물품 지원도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에는 지우팅진 주민들이 1일 이후로 개인적인 물품 구매를 하지 못하고 있고, 당국의 물품 지원도 한 차례만 이뤄졌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러자 지우팅진 당국은 이튿날인 9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 쌀과 채소 꾸러미를 보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지우팅진 당국은 “우리가 노력했지만 여러분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테니 지지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성명에서 전날 발생한 시위에 대해 언급하거나 분명한 사과의 뜻을 밝히진 않았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배달원이 플라스틱 분리판 너머의 주민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지우팅진 당국이 낸 성명만 그대로 인용해 보도할 뿐, 성명이 나오게 된 경위나 구체적인 상황은 전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이자 유명 언론인인 후시진이 이날 본인 웨이보에 구체적인 지명은 적지 않은 채 “인터넷상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상하이의 한 지역에서 주민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분노의 항의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중국 매체들은 후 전 편집장의 글을 그대로 인용했고,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서 상위권 기사로 읽혔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한겨레>와 온라인 대화에서 “지우팅진에서 발생한 상황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주민들은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가 상하이시의 봉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상에선 오히려 ‘가짜 뉴스’로 보이는 불확실한 정보들이 확산되는 중이다. 상하이 방역 요원들이 거리에서 긴 총을 찬 채 주민을 통제하거나, 주민들이 슈퍼마켓을 약탈하는 듯한 영상도 한때 퍼졌다. 중국 당국은 총을 찬 방역요원들에 대한 뉴스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시의 2500만명 주민 봉쇄는 10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보건위원회는 전날 상하이시에서 2만494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표창 행사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중국이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중국 한 누리꾼이 웨이보에 올린 상하이 지우팅진 주민들의 항의 장면. 웨이보 갈무리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