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주택의 불을 끌고 있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일을 넘기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쟁의 초점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잇는 거점 도시 공방으로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부터 동부 돈바스 상당수 지역, 남부 흑해 연안 대부분 지역을 연결하는 초승달 모양으로 점령지를 넓힌 채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마리우폴, 루한스크 서쪽 지역, 남부 미콜라이우 점령을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은 17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북동부 주요 도시 하르키우와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 대해 로켓 공격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하르키우 주 정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다연장 로켓과 대포으로 하르키우 시내 주거 지역을 공격해 5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살상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동부 루한스크의 주요 교전 지역인 졸로테에서도 이날 하루 종일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남부 해안 최대 항구인 오데사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미콜라이우와 주변 지역에 대한 로켓 공격도 계속 됐다고 시 당국이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 전쟁연구소 등의 분석을 인용해, 미콜라이우 인근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과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내 3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북쪽에서는 하르키우 인근에서 돈바스 지역으로 군 병력을 서서히 이동시키며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는 한편 남부 해안 점령 지역을 오데사를 향해 서쪽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오데사 주변까지 진출할 경우, 러시아 영토와 크림반도를 육로로 완전히 연결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바다 접근을 봉쇄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 철수하면서 폴란드에서 귀국하는 이들도 차츰 늘고 있다고 <비비시> 방송이 전했다. 방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이날 폴란드로 탈출한 주민(1만9천여명)보다 우크라이나로 복귀한 주민(2만2천여명)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키이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시민들은 귀향을 자제하고 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유엔난민기구 자료를 보면 16일까지 외국으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486만9천여명이며, 이 가운데 276만여명이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 루마니아에서 73만8천여명의 피란민이 있으며, 러시아로 피한 주민도 48만4천여명에 이른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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