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2500여명이 최후 저항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20일(현지시각)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가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는 자국 군인들과 대피 민간인 구출을 위해 전제 조건 없는 협상을 20일(현지시각) 러시아쪽에 제안했다. 러시아쪽에서는 21일 중으로 러시아군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장악해 마리우폴 점령을 완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조건 없는 특별 협상을 하자고 러시아에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 사람들, 아조우연대, 군대, 민간인, 어린이, 생존자와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참여하는 다비드 아라하미아 집권당 원내 대표도 자신과 포돌랴크 보좌관이 마리우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마리오풀 방어군과의 대화에서 수비대 철수를 위해 직접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확답을 받는 대로 언제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와 함께 아조우스탈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아조우연대의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부사령관도 텔레그램을 통해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소형 화기를 갖고 마리우폴에서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포로가 되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도시 남쪽 해안 지역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제철소에는 민간인 1천여명이 대피하고 있으며 전투 병력으로는 해병대와 아조우연대 25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쪽 일각에서는 제철소 안에 외국 군인들도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마리우폴을 지킬 무기가 충분하지 않다며 외교를 통한 아조우스탈 제철소 대치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외교를 통한 해결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협상 제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대표는 러시아군이 21일 중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점심 시간 전 또는 그 이후까지는 러시아군이 제철소를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우폴 주민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가 보장되지 않아, 12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민간인 대피는 이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점령군이 현장의 자국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주민 대피를 위한) 휴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21일 주민 대피 시도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동부 루한스크주는 전체 지역의 80% 정도가 러시아군 통제 아래 들어갔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군정 대표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루한스크 전체가 지속적인 폭격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루한스크주는 도네츠크주와 함께 2014년부터 친러시아 반군이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오래된 분쟁 지역이다. 이 지역과 마리우폴이 함락될 경우,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 지역과 남부 해안 지역 대부분이 러시아군 통제에 들어가게 된다. 남부 해안 지역 중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곳은 오데사 주변 등 서부 지역 일부뿐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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