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제재안에 헝가리가 제동을 걸고 나서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 러시아 우파에 있는 정유 시설에서 노동자가 밸브를 돌리고 있다. 우파/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차원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안 합의가 헝가리의 반대로 늦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3일 마련한 러시아에 대한 6차 제재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대사들은 며칠 안에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이 전했다.
6차 제재안의 핵심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앞으로 6개월 안에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정유 제품 수입은 내년 1월까지 중단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대해서는 수입 중단 시한을 2024년 말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체코에 대해서도 수입 중단 시한을 2024년 6월로 늦춰 줬다.
하지만, 헝가리는 여전히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지금까지의 (러시아) 제재안에 찬성했지만 최신 제재안은 헝가리의 에너지 공급 안보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안이 야기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한 이번 제재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인 9일까지 6차 제재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했으나, 헝가리가 계속 반대할 경우 합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는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 6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헝가리 국영 라디오에 출연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안은 헝가리 경제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격”이라며 제재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석유에 65%를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을 바꾸려면 5년이 걸리고 정유 시설과 송유관에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의 6차 제재안에는 제3국으로 러시아 석유를 수송하는 데 필요한 선박과 보험 등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그리스와 키프러스가 이 조처의 유보를 주장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두 나라는 주요 7개국(G7)이 제재 조처에 나설 때까지 시행을 연기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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