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의 넷플릭스 로고.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스위스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자국 내 매출의 4%를 스위스 영상 업계에 투자하도록 하는 법안을 15일(현지시각)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스위스 공영방송의 다국어 뉴스 사이트인 <스위스인포>는 이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이른바 ‘넷플릭스 법’이 찬성 58.4%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스위스는 주요 정책을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나라다.
이 법안은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위스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의 4%를 스위스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 형태는 스위스에서 제작된 영상을 구입하거나, 영상 제작에 직접 투자 또는 투자 펀드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이 법안은 또 스위스에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 내용의 30%는 스위스를 포함해 유럽에서 제작된 것으로 채우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한해에 1800만 스위스프랑(약 230억원)이 스위스 영상 업계에 새로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의 연간 영화계 직접 지원액(3900만 프랑)의 46% 수준이라고 <스위스인포>가 전했다.
스위스 연방 의회는 지난해 9월 이런 내용의 규제 방안을 승인했는데, 국민투표 전에는 이 규제안이 고품질의 영상 제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문화 부문도 담당하고 있는 알랭 베르세 연방 내무부 장관은 “투표 결과는 문화에 대한 기여가 중요하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대변인은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고 믿으며, 우리는 이미 스위스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마존은 논평을 거부했고, 디즈니플러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포르투갈은 올해 초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의 1%를 영상산업을 지원하는 ‘영화와 시청각 연구소’에 제공하도록 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덴마크와 스페인도 비슷한 형태의 영상 산업 지원책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프랑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매출의 25%를 프랑스 영화 판권 구입에 투자해 영화 개봉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지난해 마련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캐나다에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5년 동안 4억달러를 캐나다 영화와 방송 산업에 투자하기로 캐나다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