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FP 연합뉴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에서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을 활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18일 양 정치국원이 설리번 보좌관과 전화회담을 했다며, 발언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양 정치국원은 “평화와 협력을 추구하고 발전을 촉진하는 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대세이자 민심의 방향”이라며 “파벌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일 순방에서 중국을 겨냥한 경제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같은 기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여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도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회담에서 “(양국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이 인·태 경제프레임워크에 참여하기로 한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양 정치국원은 대만에 대해서도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며 핵심적인 문제”라며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실제 행동은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길로 점점 멀어지는 것으로, 정세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 것”이라며 “중국은 반드시 확고한 행동으로 주권과 안전 이익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두 인사가 우크라이나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두 사람이 지난 3월14일 로마 회담에 이어 “지역 안보 이슈와 비핵화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과 미-중 관계의 특정한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둘 사이에 오간 대화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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