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 접근법에 대해 미국 언론은 양국 모두 전임 정부들로부터 방향을 바꿨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중국 견제에 한국을 더욱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한·미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연합훈련 규모 확대를 협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두 지도자가 전임자들로부터 방향을 바꿨다는 점을 보여주는 발표”라고 22일 평가했다. 임기 말까지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한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차례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접근법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평가다.
<시엔엔>(CNN)도 바이든 대통령이 김 위원장한테 ‘러브레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러브레터’라며 자랑한 바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김 위원장을 만날 뜻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그가 진심이 있고 진지한가에 달렸다”고 했다. 22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헬로”(Hello)라고만 답한 다음 몇초 동안 멈춘 뒤 “끝”(period)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태도를 답습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중국에서는 관영 매체 <인민망>이 양시위 아·태연구소 연구원을 인터뷰해 “윤석열 정부는 선거 기간에 미국에 밀착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바이든 정부는 이번을 한국을 끌어들일 좋은 기회로 본 것 같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도 20일 오후 ‘바이든, 중국을 코너로 몰기 위해 아시아 순방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방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바이든 대통령 다음 방문지인 일본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대중 관계 인식이 이전 정부와 기조가 달라졌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합군사훈련 규모 확대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합의한 것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24일에는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을 한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한 미국 고위 관계자가 22일 쿼드에 한국을 받아들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이본영 최현준 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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