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파괴된 러시아 탱크 전시를 위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발트해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이 유럽연합(EU)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복구에 쓰자고 유럽연합에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
리투아니아 등 4개국이 24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4개국은 공동으로 작성한 제안 글에서 “러시아의 군사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배상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개국은 유럽연합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억달러를 포함해 러시아인 개인과 기관들의 자산을 이미 상당 부분 동결한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우크라이나를 복구하는 데 이 자산을 최대한 쓸 수 있는 합법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앙은행 준비금이나 국영 기업 자산의 몰수는 이런 측면에서 직접적인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의 법률을 검토할 것이라고 지난주 밝힌 바 있다. 크리스천 위간드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자산 동결은 몰수와 다른 것”이라며 “대부분의 회원국에서는 자산을 몰수하려면 형사 유죄 판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률적으로 말하자면, 민간 자산과 중앙은행 자산도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위간드 대변인은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 위반을 범죄로 규정하고 자산 몰수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이번 주중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 등 4개국은 “자산을 몰수할 합법적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끼친 피해를 보상할 때만 자산 동결을 해제하는 등 동결 자산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개국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경제적 유대 관계도 궁극적으로 끊어야 한다”며 이는 유럽연합의 금융 자산, 상품과 용역(서비스)이 러시아의 군수에 기여하는 걸 차단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