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의 거리에서 24일(현지시각) 한 어린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며 놀고 있다. 보로댠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 달을 넘긴 가운데 러시아군이 동부 루한스크주 점령의 교두보가 되는 지역을 포위한 채 집중 공격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의 전투가 전쟁 양상에 결정적이라고 보고 총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루한스크주 최후의 교두보로 꼽히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 주변을 포위해 집중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포위 작전을 펴고 있는 지역은 루한스크주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다. 두 도시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최후의 거점이다.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적들이 두 도시를 완전히 포위하기 위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러시아군은 두 도시로부터 남서쪽에 위치한 도네츠크주 동부 지역의 스비틀로다르스크 등 3개 마을을 점령하는 등 도네츠크주에서도 일정한 전과를 올렸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군정 지도자는 러시아군이 스비틀로다르스크를 점령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일시적으로 후퇴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키릴렌코는 “이 도시 전체 주민의 30% 정도만 탈출했으며 아직 1만명 이상의 주민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일시적으로 후퇴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렌코는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리만의 상황도 아주 어렵다며 “이 도시가 지속적인 포격을 당하고 있으며, 적들이 도심 장악을 위해 시내로 진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모투쟈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나라의 운명이 (동부 지역에서)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부) 전선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군이 완전히 장악한 도네츠크주 남부의 주요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사망자가 세 달 동안 2만2천명을 넘었을 것이라고 시 관계자가 주장했다.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페트로 안드류셴코 시장 보좌관은 <시엔엔>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이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이런 규모의 피해를 추정했다며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마리우폴의 무너진 아파트 잔해를 정리하던 이들이 부패한 시신 200여구를 발견했다고도 주장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무너진 아파트 지하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부패한 상태였으며 인근 지역에 악취가 퍼졌다”고 썼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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