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니아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25일(현지시각) 두 남성이 폭격으로 파괴된 아파트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크라마토르스크/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핵심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장악을 위해 집중 공격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 이어 루한스크 서부에서도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5일(현지시각) 루한스크주 서부 세베로도네츠크 주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도시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이 끊이지 않고 전투도 치열하게 벌어졌다며 러시아 군인들이 포격 지원을 받으며 시내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장악을 위해 군인 수천명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박격포 공격을 할 수 있을 만큼 세베로도네츠크에 가깝게 접근했다”며 “러시아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도시를 장악하기 위해 하르키우, 마리우폴 등 다른 지역에 주둔하던 군인까지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두 도시를 점령할 경우, 루한스크주 전체가 러시아군에 넘어가게 된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민간인 피해도 늘고 있다. 가이다이 주지사는 경찰이 리시찬스크에서 전쟁 피해자들을 일단 공동 묘지에 집단 매장하기 위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150구가 매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묘지에 매장된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가족들이 따로 매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 차단을 위해 세베로도네츠크로 통하는 도로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으나 도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고 가이다이 주지사는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주의 교통 중심지인 포크로우스크의 철도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벌였다. 세베로도네츠크 인근 도시인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일시적으로 잦아든 사이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기차에 탑승한 한 주민은 “집이 폭격을 당해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북부 하르키우주의 발라클리아, 중부 자포리자주의 대도시 크리비리흐 등에도 미사일 공격 등을 벌여, 두 지역에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여러 채의 주택이 파괴됐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단을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 곡물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서방이 제재를 해제하면 곡물 수출용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루덴코 차관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산 제품과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 해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계속 주장해왔다”며 우크라이나쪽이 설치한 어뢰 제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쪽 선박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용 선박을 호위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흑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덴코 차관은 곡물 수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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