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에 거의 포위된 채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세베로도네츠크의 한 주민이 무너진 건물 앞에 서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30일(현지시각) 이 지역 최대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를 3면에서 포위한 채 시내 일부 지역에 진입해 시가전이 벌어졌다. 이 도시 주변 전투에는 악명 높은 러시아 체첸공화국 소속 부대도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북부, 동부, 남부 방면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는 가운데 이 도시 남서부 코미시바카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첸공화국 소속 부대가 이 지역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비디오에서 체첸 부대 지휘관은 “이 지역이 이제 우리 통제 아래 놓였다. 코미시바카를 완전히 점령했으며 앞으로 전방위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체첸 군인들은 고문·처형 등의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도시인 리시첸스크와 코미시바카 서쪽의 솔레다르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코미시바카와 솔레다르까지 장악할 경우,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첸스크가 완전히 포위될 위험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두 도시는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처럼 외부와 차단된 채 집중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베로도네츠크 시내의 건물은 90% 정도가 피해를 입었고, 전체의 3분의 2 정도는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러시아군 일부가 세베로도네츠크 시내에 진입해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 관계자는 전투가 격화하면서 수만명의 주민이 피란에 나섰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서방이 제공한 무기가 이 지역에 투입되기 전에 점령을 마무리지으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방송이 지적했다. 이 도시는 루한스크주의 산업 중심지다.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헤르손주 전투에서는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군 작전 참모는 “헤르손주의 북부 도시 미콜라이우카에서 적군이 큰 타격을 입고 후퇴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장거리 미사일이 없으면 전투를 이기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대통령 보좌관은 <시엔엔>에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지원받지 못하면 러시아군에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거리 공격용 대포는 우크라이나의 운명과 독립에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은 거의 전적으로 대포 공격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에 완전히 넘어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시내에서 30일(현지시각) 차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러시아 방송이 중계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에 완전히 함락된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은 여전히 전기 공급이 되지 않고 있으며, 생필품이 부족한 주민들은 거리에서 음식과 옷가지를 물물교환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쪽이 제공한 생필품을 받아 가는 주민들도 보였으며, 거리에서 채소나 신발을 물물교환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자신의 집이 파괴됐지만 도시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한 여성은 “전기도, 물도 공급되지 않아 모든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기차역에 머물고 있다는 한 남성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발전기를 이용해 전자 제품을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텅 빈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는 러시아 국영 방송이 중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마리우폴에 주민이 몇명이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