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만 신베이시에 있는 사격 훈련장에서 시민들이 에어소프트건(공기 압력으로 연질 탄환을 발사하는 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에서는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해 사격 및 전투 훈련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신냉전의 ‘또 하나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대만해협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곧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있지만, 중국·대만·미국 등 직간접 이해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교본’ 삼아 각자 추구하는 바를 심화해갈 가능성이 크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은 ‘통일’, 적잖은 대만인들은 ‘완전한 독립’, 미국은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중국은 이번 사태를 집중 분석하며 변화된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대만 통일’을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번 사태는 중국의 통일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인 미국의 개입 가능성, 서구의 대응 방식, 세계의 여론 변화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거세게 항전하고 서구가 적극적인 경제 제재와 무기 지원에 나서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를 보는 중국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7일 <파이낸셜 타임스> 주최 행사에서 “중국 지도부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합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경제 제재가 부과되는 방식 등에 충격을 받고 매우 신중하게 (대만 침공을) 따져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대만은 훨씬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뤄지기 전인 1월 하순부터 ‘우크라이나 정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시간으로 상황을 살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면 중국이 침공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던 때였다.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전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넉달로 줄었던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적극 추진하고, 우크라이나의 항전 비결로 꼽히는 ‘비대칭 전력’ 강화에도 나섰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지난달 18일 영국 안보 전문가와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해 ‘작은 것으로 큰 것에 맞서는 힘’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대만은 적극적으로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고 전국민의 방어 능력을 내실화해 중국의 야심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소도시 보로댠카의 한 건물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지난 3일로 100일이 됐지만,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이 재개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보로댠카/EPA 연합뉴스
미국은 만약의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거듭 던지는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답했다. 이튿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대만 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벌써 세번째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서면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 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두개의 크게 다른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계속 흘려 중국을 억제하려는 계산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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