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3월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내 복수의 ‘미신고 시설’에서 핵 물질이 발견된 문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이란이 미신고 시설 세 곳에서 발견 된 우라늄 흔적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결의안에서 “이란의 불충분한 협력으로 미신고 핵 시설의 흔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 작성한 이 결의안은 이사회 35개국 중 30개국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표를 던졌고 인도·파키스탄·리비아는 불참했다.
이란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기존 핵 시설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카메라 두 대를 꺼버렸다고 발표했다. 베흐로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기관 대변인은 이란 국영 티브이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가 비합리적인 행동한다면 이란은 협조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이란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이란 내 미신고 시설에서 핵 물질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은 공동 성명에서 “이사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란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핵 물질이 발견된 문제에 대해) 기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는 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도 “이란이 안전보장 의무를 준수하게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자 필요한 조치”라며 “국제사회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란에 대항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5월 말 이란의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통해 언론에 흘러나온 뒤 이란이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이란을 두둔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핵 문제에 관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양국은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을 포함한 6개국과 ‘이란 핵협정’(JCPOA)을 맺고 핵 개발을 중지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합의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이란은 협정의 제약을 깨고 농축도가 60%에 이르는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뒤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려는 외교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협상이 탄력을 잃은 상태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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