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동반 폭락한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거래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13일(현지시각) 동반 폭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이날 876.05포인트(2.79%) 떨어진 3만516.74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9일과 10일 각각 638.11포인트와 880.00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3일째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며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날 4.68% 폭락했고, 대형주 중심의 에스앤드피(S&P) 500 지수도 3.88% 떨어진 3749.63을 기록했다. 특히, 에스앤드피 500 지수는 최근 고점인 지난 1월3일의 4796.56보다 22%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기술적으로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증시에서는 지수가 고점보다 20%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약세장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한다. 이 지수가 약세장에 접어든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마감된 유럽의 주요 주가 지수도 1.5~2.6% 정도 하락했다. 영국의 에프티에스이(FTSE) 100 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53%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 지수와 프랑스 파리의 카크(CAC) 40 지수는 각각 2.43%, 2.67%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주가 폭락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난 4월 최고치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깨지면서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은 연간 8.6%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암묵적으로 가정하던 물가 상승률 둔화 가능성을 깨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분석가는 <로이터>에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해 반등을 시도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만간 금리를 기존 예상치인 0.5%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으로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융기업 시엠이(CME)의 금리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연준이 6월에 금리를 0.75% 올릴 가능성이 이날 오전 30%에서 이날 밤 96%까지 높아졌다. 연준은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미국 국채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011년 4월21일 이후 최고치인 3.371%까지 한 때 상승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수익률 상승은 국채의 시장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3년, 5년, 7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3.45~3.48% 수준을 기록하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앞서는 역전 현상까지 빚어졌다. 만기가 짧은 국채의 수익률이 만기가 긴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할 때 나타난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2만3천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도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1년 5개월 만에 1조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고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이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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